요 며칠 교황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어서 끄적여 보기로 했다.
잠깐 반짝 하고 흘러갈 많고 많은 논란들 중 하나이겠거니, 했는데
자꾸 눈에 띄어서 끄적일 마음이 생긴 것 같다.

처음 저 발언을 접했을 땐,
‘무슨 말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살짝 달라졌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맞는 이야기기도 하고, 동시에 잘못 된 이야기기도 한것 같다.

사랑하는 연인.
상대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고, 나의 모든 것을 다 주고싶고,
그렇게 나의 하나뿐인 (목숨과도 같은) 순결과 목숨까지 내어줬다면,
‘나는 너 없이는 안돼. 너 없이는 죽은거나 다름 없어’ 라는 고백이 나올 수 밖에 없을거다.
그건 진심어린 고백이고 사실일거다.
순결한 사랑에서 출발 한 고백이며, 상대방을 향한 왜곡된 협박이나 구차한 매어달림과는 비슷해 보일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는 고백이다.

그렇게 목숨까지 내어줄 정도의 사랑을 ‘받은’ 사람.
그 사람 또한 진정으로 그이를 사랑해서, 목숨까지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지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이가 고백한 것과 같은 고백이 흘러나오지, ‘너는 나 없이는 안돼’ – 와 같은 이야기가 나올 틈이 없으리라 생각이 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분의 사랑은 우리에게 그분의 목숨과도 같은 순결을 바치신 사랑이다.
우리와 영원한 언약 (곧 혼인과도 같은)을 맺으셨으며,
심지어는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셨다.
과연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고백은 ‘나는 너 없이는 안돼. 너 없이는 죽은거나 다름 없어’ 라고 하는 것과 같을거다.
하지만, 그 사랑을 받은 우리의 입에서, 우리의 생각에서, 우리의 삶에서 나타날 고백이 ‘인간 없이는 하나님도 없다’ 라면, 과연 그게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건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았거나, 지식적으로만 알고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나님은 우리와 마치 연인과 같은 사랑의 관계를 나누길 원하신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도 믿는다.
우리와 그런 관계를 시작하시기 위해 하나님은 먼저 우리에게 고백하셨고, 사랑을 표현하셨으며, 영원한 언약도 맺으셨고, 목숨까지 내어주셨다.
그 사랑을 온전히 받고, 그 사랑에 온전히 반응할 때에, 아름다운 사랑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과연 ‘너는 나 없이 안되지?’ 하는 말이나 생각이 삶에 묻어져 나온다면, 그것이 사랑에 대한 온전한 반응이 맞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인간 없이는 하나님도 없다는게 맞는 얘기 일 수도 있다. 그토록 사랑하신거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더 합당한 우리의 고백은, 하나님은 스스로 있는 자셔서 하나님만으로 완전하고 우리가 구지 필요 없으신 분인데도 우리와 맞추어 함께 가길 원하시고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목숨까지 내어주시고 영원히 함께 거할 축복까지 허락 해 주신것에 대한 감격과 감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