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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Literature (page 1 of 2)

그립다.
앞을 봐야 하는데,
뒤가 자꾸 보인다.

차곡차곡

아, 소리나 한번 시원하게 지르고 싶다
누가 들을까봐 지르지도 못하고
답답함만 쌓여간다

더 이상 높이 올라갈 곳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어떻게 잘 쌓여져가나보다
더 이상 담아질 곳 없는 작은 그릇인 것 같은데
야무지게 꾹꾹 눌러 담아져가나보다

누가 들을까봐 지르지도 못 하지만
아, 소리나 한번 시원하게 지르고 싶다

지른다고 달라질 건 없지마는

묵상, 기도, 그리고 다짐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실 거라는
착각하지 말기
하나님께서 내 앞에 기적을 보이실 거라는
기대하지 말기

확대 해석 하지 말기.

그저
한 마리의 일개미 처럼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누군가에게 밟혀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길을 잃고 방황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모두 없는 것 처럼.

그저
강물 위에 올리워진 낙옆 한 잎 처럼
묵묵히 그리고 유유히
좁은 바위 틈이나 폭포를 앞 둘 것에 대한 염려도
변화를 위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도
모두 없는 것 처럼.

내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작은 일꾼 되기.

작은 믿음 작은 감사가 있는,
바보처럼 믿고 바보처럼 따르는,
그것에 큰 기쁨 누리는,
어린아이 되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김남조 詩

낙옆소리

뽀시락 뽀시락
낙옆소리

낙옆처럼

푸르름을 잃고
그 생명을 다하여
떨어져서도
누군가의 거름이 되는
낙옆처럼,

죽어서도 선한 양분되기를

비야 계속 와라

비야 계속 와라
주륵 주륵 계속 쏟아져라
대충 적시고만 가지 말고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엉엉 쏟아지는 소리에 잠겨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만큼
그렇게 비야 계속 와라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이해인 시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이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살다가 가장 힘들 때
목소리라도 들으면 힘이 날 것 같아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도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하다가 잠시 하늘을 쳐다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히 FM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크릿 가든의 녹턴이 흘러 나오면
이어폰을 귀에다 꽂아 주며
함께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밥을 먹다가 맛있는 음식을 보면
함께 먹고 싶은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그대를 심장 속에 박혀
맥박이 멈추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준 사람도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생이 다한 후에도
영혼의 인연으로 이어져
당신과 나, 오래 한곳을 바라보며
사랑을 나누는
숙명적인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한 詩.

솔직한 시 같다.

비 오는 날

길을 걷고있다.
안경에 비가 앉는게 싫어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보면서.

빗물들이 길바닥을 짙게 만들 듯,
욕심과 두려움이 방울방울되어 내 마음을 어둡게 물들이는 날.

한껏 부풀려 올려세웠던 머릿털들이 젖어들어가듯,
숨기고픈 모습은 어디가고 내 자신이 자꾸만 초라하게 생각되는 날.

오늘은 이상하게도,
가랑비가 오는 날이다.

우산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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